이상한 질문은 없다, 현명한 답이 있을 뿐이다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월말의 전시장은 재고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날이라 전화기가 쉬지 않는다. 그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재고 있어요?”로 시작해서, 한 시간짜리 세무 상담으로 끝났다.

전화 주신 분은 급여소득자인 남편분이었다. 개인사업자 차량 구매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사모님은 경기 남부에서 1인 뷰티샵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전기차를 8년 가까이 타 본 분이라 다음 차도 전기차로 기울어 있었고, 마침 9월에 전기차 보조금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수화기를 든 것이다.

질문은 이랬다.

“집사람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요. 차를 사면 페이백을 받고 싶은데, 뭘로 사야 해요?”

첫 번째 질문 — 세금이 정말 많은가

대화를 나눠 보니 사모님이 느끼는 세금에는 부가가치세와 카드 수수료가 섞여 있었다.

여기서 첫 번째 답이 나온다. 부가가치세는 세금이 아니다. 정확히는 내 세금이 아니다. 고객이 낸 돈을 사업자가 잠시 보관했다가 국가에 전달하는 돈이다. 카드 수수료는 세금이 아니라 결제 비용이다.

부가세와 수수료와 부대비용을 다 걷어내고, 경비 처리 후 실제로 남는 돈. 세금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걸 오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보면 누구나 “이번 달에 많이 떼였다”고 느낀다. 근로소득자도 마찬가지다. 매달 원천징수된 금액만 보면 많이 뗀 것 같지만, 연말정산까지 봐야 실제 세율이 나온다.

두 번째 질문 — 개인사업자 차량 구매, 기준이 없으면 답도 없다

“리스가 좋아요, 할부가 좋아요, 일시불이 좋아요?”

이 질문에 바로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기준에 따라 정답이 정반대로 뒤집히기 때문이다.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총지불액, 기회비용, 세금 환급, 비용처리, 그리고 실효세율. (실효세율: 명목 세율표가 아니라, 공제를 다 반영하고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

숫자로 보면 이렇다. 개인사업자의 업무용 승용차는 감가상각을 연 800만 원까지 경비로 인정받는다[1]. 5년이면 4,000만 원이다. 소득 구간이 높아 한계세율을 44%로 가정하면(과세표준 3억~5억 원 구간 40% + 지방소득세[2]) 일시불 구매의 절세액은 약 1,760만 원.

같은 조건에서 할부는 이자까지 경비가 되어 약 2,000만 원, 운용리스는 약 1,900만~2,000만 원, 장기렌트는 렌트료 구조 덕에 약 2,600만 원까지 절세액이 커진다. ※ 위 수치는 차량가와 금융 조건을 가정한 예시 계산이다.

그런데 총지불액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인다. 일시불이 가장 적고, 할부, 리스, 렌트 순으로 커진다.

절세액이 가장 큰 방식이 총지출도 가장 크다. 여기서 상담의 방향이 갈린다.

세 번째 질문 — 셋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통화 중에 세 가지 희망이 나왔다. 오래 타고 싶다. 세금은 적게 내고 싶다. 전체 비용도 적게 쓰고 싶다.

셋을 동시에 이룰 수는 없다. 하나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답 대신 질문 세 개를 돌려드렸다.

첫째, 세율이 얼마인가. 사모님께 “세무사가 신고하는 돈이 얼마냐”가 아니라 “내 세율이 몇 퍼센트냐”를 물으면 된다.

둘째, 전체 내는 돈이 적기를 바라는가.

셋째, 매달 부담이 커도 초기 목돈이 안 드는 쪽을 원하는가.

이 세 가지 답이 모이면 일시불, 할부, 리스, 렌트의 순서가 저절로 정렬된다. 그리고 마지막 변수가 하나 남는다. 몇 년 탈 것인가.

사모님은 차를 사면 5년, 6년을 타는 분이었다. 남편분은 2년마다 바꾸는 스타일이었다. 같은 집에서도 보유 전략이 다르면 정답이 달라진다. 5년 이상 오래 타는 사람에게는 소유하는 방식이 유리해지는 순간이 온다. 감가상각 한도를 넘긴 금액은 사라지지 않고 이월되어 다음 해에도 계속 경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1].

마지막 질문 — 25평과 27평

차종 이야기도 나왔다. 후보는 두 대. 전기차와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시장에서 문을 열어 봤는데 뒷공간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침대와 같다. 매장에서 잠깐 누워 보면 더블과 퀸의 차이를 못 느낀다. 오래 자 봐야 느껴진다. 자동차의 1mm도 그런 공간이다.

비유하자면 한쪽은 오래된 25평 아파트, 다른 쪽은 브랜드 27평이다. 평수는 비슷해도 소재와 고급감이 다르다. 대신 전기차는 3~5년 유지비가 앞서고, 내연 쪽은 오래 탈 때의 리스크가 적다.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하는 차는 없다.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를 맨 위에 올려야 한다.

이상한 질문은 없다

돌아보면 그날 받은 질문들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부가세가 세금 같다는 느낌도, 페이백을 받고 싶다는 바람도, 오래 타면서 싸게 사고 싶다는 욕심도, 20년 넘게 전시장에서 들어온 가장 보편적인 질문들이다.

질문이 이상해 보이는 순간은 딱 하나다. 아직 기준이 없을 때다.

좋은 상담은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기준을 세워 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기준이 서면, 어떤 질문이든 현명한 답이 따라온다.


각주

[1] 소득세법상 업무용승용차 감가상각비는 연 800만 원 한도로 필요경비에 산입되며, 한도 초과분은 이월된다. 국세청·한국세무사회 안내 기준. 한국세무사회 안내

[2] 종합소득세 세율: 과세표준 3억~5억 원 구간 40%, 지방소득세 10% 별도. 국세청 세율표 기준. 국세청 세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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