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star37

  • 라이온(Lion)은 도대체 무엇인가 – 사자인가, 봉사인가

    라이온(Lion)은 도대체 무엇인가 – 사자인가, 봉사인가

    길을 가다 보면 국도변이나 오래된 건물 앞에서 황금빛 사자상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아래에는 어김없이 ‘라이온스클럽’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왜 하필 사자일까. 봉사 단체라면서 왜 맹수를 내세울까.

    답부터 말하자면, 라이온스의 ‘라이온’은 사자이면서 동시에 사자가 아니다.

    네 글자에 담긴 뜻

    라이온스에서 LION은 오래도록 이렇게 풀이되어 왔다.

    • L – Liberty (자유)
    • I – Intelligence (지성)
    • O – Our
    • N – Nation’s Safety (국가의 안녕)

    자유와 지성, 그리고 우리 국가의 안녕. 사자의 용맹함을 빌려온 이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힘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사자처럼 강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사자처럼 앞장서서 지키자는 뜻에 가깝다.

    그러니 ‘사자인가 봉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사자의 모습을 빌린 봉사다.

    한 사람의 질문에서 시작되다

    1917년, 미국 시카고에 멜빈 존스(Melvin Jones)라는 보험업자가 있었다. 그는 지역 사업가들의 친목 모임에 속해 있었다. 그 시절 사업가 모임이란 대개 인맥을 넓히고 서로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멜빈 존스는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우리 이익만 챙기고 끝날 것인가. 이 재능과 힘을 지역사회를 위해 쓰면 어떻겠는가.

    그 질문 하나가 모임의 성격을 바꿨다. 친목 단체가 봉사 단체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리고 1920년 캐나다에 클럽이 만들어지면서, 시카고의 작은 모임은 비로소 ‘국제’ 조직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국제라이온스협회는 200개가 넘는 나라에서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봉사 단체다. 시작은 사업가 몇 명이 모인 방 하나였다.

    한국에 라이온스가 들어오던 날

    우리나라에 라이온스가 알려진 것은 1958년이다. 미국인 무역업자 오키프 씨가 한국의 지인들에게 라이온스의 취지를 소개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였다.

    이듬해인 1959년 2월 12일, 각계 인사 19명이 반도호텔에 모여 ‘서울라이온스클럽’ 조직총회를 열었다. 초대 회장은 전예용 회원이었다. 그리고 같은 달 19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차터 나이트(창립 인증식)를 가졌다.

    이날 한국은 세계에서 25,693번째 라이온스클럽을 갖게 된다. 한국인이 세계적인 민간 봉사 조직의 일원이 된 첫 순간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겨우 6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우리는 받는 쪽이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이 라이온스에 가입하기 전, 6.25 전쟁 당시 우리는 국제라이온스협회로부터 구호품을 지원받았던 나라다. 회원도 아니었고, 클럽도 없었고, 갚을 능력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나라였고, 얼굴도 모르는 세계 각국의 라이온들이 그 도움을 보내왔다.

    봉사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처음 도착한 방식이 그랬다. 우리는 주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이었다.

    이제는 갚을 차례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흘렀다. 폐허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는 이제 세계에 원조를 보내는 나라가 되었다. 라이온스 회원 수로만 봐도 한국은 세계 4위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숫자가 커진 것만이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위치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받던 자리에서 주는 자리로 옮겨 앉는 데 성공한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라이온스 활동을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선의의 베풂이라기보다 오래된 빚을 갚는 일에 가깝다. 우리가 가장 어려웠을 때 누군가 이유 없이 손을 내밀어 주었고, 이제 그 손을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순서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사자상 아래 새겨진 이름의 뜻이 자유와 지성,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녕이라면, 그 안녕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갚아 나가는 방식으로만 지켜지는 것 아닐까.


    다음 편에서는 한국 라이온스가 어떻게 세계 1위의 성장률을 기록했는지, 그리고 지금 왜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을 듣게 되었는지를 다뤄보려 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라이온스의 진짜 강점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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