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부총재, 지대위원장 — 라이온스는 왜 이렇게 직함이 많은가

라이온스 직함, 총재부터 지대위원장까지 이어지는 직함의 폭포수를 표현한 이미지
라이온 직함의 폭포수

라이온스 행사에 처음 가본 사람은 대개 같은 지점에서 놀란다. 본행사가 시작되기 전, 내빈 소개가 한참 이어진다는 점이다. 라이온스 직함, 그 목록이 그만큼 길기 때문이다.

총재, 직전총재, 전총재, 부총재, 지역위원장, 지대위원장… 직함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데, 처음 온 사람에게는 전부 암호처럼 들린다.

이 글은 그 암호를 푸는 글이다. 그리고 그 암호가 왜 생겼는지, 어디까지가 필요한 질서이고 어디부터가 과잉인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라이온스 직함, 지구는 왜 자꾸 쪼개지는가

2편에서 이야기했듯 한국 라이온스는 1965년 클럽 30개, 회원 1,151명으로 ‘309지구’라는 하나의 정식 지구가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조직이 계속 커지면 어떻게 되는가?

라이온스의 답은 “분할”이다. 한 명의 총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지구를 나눈다.

한국은 1971년 309복합지구가 되었고, 1981년에는 4개 복합지구로 갈라지면서 사단법인 한국라이온스연합회가 출범했다. 1997년 지구 번호가 재편되어 354복합지구와 355복합지구의 양대 체제가 되었고, 2010년 355복합지구에서 356복합지구가 다시 분리되었다.


국제라이온스협회에서 지구와 지대를 거쳐 개별 클럽으로 갈라지는 조직 구조를 금색 구체와 연결선으로 나타낸 도식
하나의 지구가 세포분열을 거듭해 지금의 3개 복합지구 체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 한국 라이온스는 3개 복합지구 체제다. 354복합지구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제주를 관할하며 그 아래 354-A부터 354-H까지 8개 지구가 있다. 355복합지구와 356복합지구가 나머지 권역을 나눠 맡는다.

필자가 활동하는 354-D지구도 이 알파벳 중 하나다. 뒤에 붙는 알파벳은 서열이 아니라, 조직이 성장하며 세포분열을 거듭한 흔적이다.

피라미드를 읽는 법

지구 안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면 이렇다.

  1. 국제 본부 & 국제 회장 (최고 기구)
  2. 복합지구 (의장이 대표)
  3. 지구 & 총재 (지구의 최고 행정 책임자)
  • 총재 보좌: 제1제1·2부총재, 사무총장, 재무총장, 감사

1. 국제본부와 국제회장이 꼭대기에 있다. 그 아래 복합지구가 있고 의장이 대표한다. 복합지구 아래가 지구이며, 지구의 최고행정 책임자가 총재다. 총재 곁에는 다음 회기를 준비하는 제1부총재와 제2부총재, 실무를 맡는 사무총장과 재무총장, 살림을 들여다보는 감사가 있다.

지구 아래에는 지역이 있고, 지역 아래에 지대가 있다. 지대는 인접한 클럽 몇 개를 묶은 최소 단위이고, 지역은 그 지대를 두어 개 묶은 단위다. 지역은 지역위원장이, 지대는 지대위원장이 이끈다. 현장에서는 지역위원장을 지역부총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맨 아래, 실제 봉사가 일어나는 클럽에는 회장, 부회장, 총무, 재무의 4역이 있다.


라이온스 조직 피라미드, 국제회장 총재 지역위원장 지대위원장 클럽 4역
국제회장부터 클럽 4역까지 — 라이온스 조직 피라미드

정리하면 이렇다.

  1. 국제본부 — 국제회장
  2. 복합지구 — 의장 (예: 354복합지구)
  3. 지구 — 총재, 제1·2부총재, 사무총장, 재무총장, 감사 (예: 354-D지구)
  4. 지역 — 지역위원장 (지역부총재라고도 부름)
  5. 지대 — 지대위원장 (클럽 몇 개를 묶은 최소 단위)
  6. 클럽 — 회장, 부회장, 총무, 재무 (실제 봉사가 일어나는 곳)

이 피라미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총재 한 사람이 수백 개 클럽을 직접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대위원장이 자기 지대의 클럽 서너 개를 살피고, 지역위원장이 지대를 살피고, 총재가 지역을 살핀다. 군대 조직 같지만, 회비와 자원봉사로 굴러가는 조직이 전국 단위로 움직이려면 이만한 검증된 설계도 드물다.

의전서열표라는 문서

여기서 의전 문화가 나온다. 한국라이온스연합회에는 공식 의전서열표가 있다. 1위 국제회장부터 클럽의 총무와 재무까지 30개가 넘는 직위의 순서를 정해 둔 문서다. 행사장의 소개 순서, 좌석 배치, 단상에 오르는 순서가 모두 여기서 나온다.


라이온스 의전서열에 따라 배치된 행사장 헤드테이블
소개 순서, 좌석 배치, 단상에 오르는 순서 — 모두 의전서열표에서 나온다

이 서열표의 순기능부터 말해야 공정하다. 라이온스 임원은 월급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직책을 맡을수록 내는 돈이 커진다. 그 헌신에 조직이 줄 수 있는 것은 명예와 예우뿐이다. 수십 년 봉사한 전총재를 행사장 앞줄에 모시는 것은 허례가 아니라, 이 조직이 헌신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서열표가 있어서 행사 때마다 누가 먼저냐를 두고 다투지 않아도 된다는 실용적 효용도 있다.

형식이 봉사를 가릴 때

공식 의식 너머의 나눔
의전·직함·명패가 봉사 현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수 있다.

내빈 소개가 길어져 정작 봉사 보고는 뒤로 밀리는 행사. 처음 온 예비회원이 직함의 숲에서 길을 잃고 다시 오지 않는 저녁. 봉사 실적보다 다음 직책으로 가는 경로가 더 중요한 대화. 화환과 의전에 들어가는 비용이 봉사 예산을 넘보는 순간. 라이온스를 오래 한 사람일수록 이 장면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2편에서 한국 라이온스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과 싸우고 있다고 썼다. 그 인식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서 만들어진다. 바깥에서 볼 때 직함과 의전은 봉사단체가 아니라 명예 클럽의 풍경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릇은 그릇답게

그래서 결론은 의전 폐지가 아니다. 전국 6만 명이 넘는 조직이 질서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헌신한 선배를 예우하지 않는 조직에 미래도 없다.

다만 순서는 지켜져야 한다. 의전은 봉사를 담는 그릇이지, 봉사가 의전을 위한 재료가 아니다. 소개는 짧게, 예우는 진심으로, 그리고 행사의 가장 좋은 자리는 그날의 봉사 이야기에 내어주는 것. 형식과 본질의 순서만 바로 서 있다면, 저 복잡한 직함의 피라미드는 부끄러운 유산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봉사를 조직해내는 인프라가 된다.


의전은 봉사를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의 그릇과 빛 일러스트
그릇은 그릇답게 — 의전은 봉사를 담는 그릇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구조 속에서 실제 클럽 하나가 1년을 어떻게 사는지, 회기라는 시간표를 따라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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