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시작하는 1년 — 라이온스 클럽의 회기라는 시간표

라이온스 회기, 7월 1일 면이 펼쳐진 탁상 달력과 날짜에 꽂힌 압정
라이온스에서 새해는 1월에 오지 않는다.

라이온스 회기, 새해는 1월에 오지 않는다. 7월 1일에 온다.

국제라이온스협회의 모든 임기는 7월 1일에 시작해 이듬해 6월 30일에 끝난다. 그래서 라이온들은 연도를 말할 때 ‘2026년’이라고 하지 않고 ’26-27 회기’라고 부른다. 국제회장도, 총재도, 클럽 회장도 모두 이 시간표를 따라 1년씩 산다.

지난 3편에서 조직의 구조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 구조 안에서 클럽 하나가 실제로 1년을 어떻게 사는지, 시간의 축을 따라가 보려 한다.

라이온스 회기, 왜 7월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국제협회의 세계대회가 대개 6월과 7월 사이에 열리고, 그 자리에서 다음 회기 국제 임원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새 임기가 세계대회 직후에 시작되도록 맞춘 것이다.

이 설계에는 부수 효과가 하나 있다. 임기가 딱 1년이라는 점이다. 클럽 회장도, 지구 총재도 딱 1년만 한다. 무언가를 시작해서 마무리까지 보기에는 너무 짧다는 불만이 조직 안에서도 늘 나온다.

하지만 이 짧음이 라이온스를 오래 굴러가게 한 장치이기도 하다. 1년마다 자리가 비니 새 사람이 들어올 공간이 생기고, 한 사람이 오래 앉아 조직을 사유화하기 어렵다.

대신 연속성은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다. 직전회장이 남아서 인수인계를 하고, 부회장이 미리 다음 해를 준비하며, 전회장들이 자문으로 붙는다. 3편에서 본 그 복잡한 직함의 상당수가 실은 1년 임기의 단절을 메우는 이음새인 셈이다.

육상 트랙에서 앞 주자가 뒤 주자에게 금색 배턴을 넘겨주는 두 손의 클로즈업
봄에 이미 다음 해가 시작된다

라이온스 회기는 7월에 시작하지만, 준비는 그 전 봄부터 움직인다. 보통 봄에 다음 회기 임원을 선출한다. 회장, 부회장, 총무, 재무의 ‘4역’이 이때 정해진다.

5~6월에는 이·취임식이 열린다. 물러나는 회장이 인사하고 새 회장이 바통을 받는 자리다. 창립 몇 주년 행사를 여기에 겹쳐 치르는 클럽도 많다.

새 4역은 7월이 오기 전에 예산안을 짠다. 1년치 수입과 지출을 미리 그려두는 작업이다. 회원들이 낼 연회비, 지구에 보낼 의무금, 봉사에 쓸 돈, 그리고 예비비까지. 이 숫자표가 사실상 그 클럽이 1년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봉사 계획은 선언이 아니라 예산에서 나온다.

숫자가 빼곡히 적힌 회계 장부가 펼쳐져 있고 옆에 계산기와 만년필이 놓인 책상
숫자가 적힌 장부가 주인공.

여름과 가을 — 몸을 푸는 시기

7월에는 첫 정기이사회가 열리고, 지난 회기의 정기총회로 결산을 확정한다. 새 예산안도 이 자리에서 승인받는다.

여름에는 지구 차원의 연수회가 있다. 새로 임원을 맡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치는 자리다. 월급도 없는 자리에 처음 앉은 사람들에게 이 교육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봉사단체의 실무는 의외로 행정이기 때문이다. 서류, 보고, 회계, 규정.

8월은 휴가철이라 많은 클럽이 월례회를 쉰다. 그리고 9월부터 본격적인 회기가 돌아간다. 매달 정기 월례회가 열리고, 봉사 사업이 하나씩 집행된다.

겨울 — 실적이 만들어지는 계절

봉사단체의 성수기는 겨울이다. 연말과 연초에 봉사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김장, 연탄, 난방비 지원, 아동 선물, 장학금. 라이온스의 1년 실적 상당 부분이 이 몇 달에 집중된다.

이 시기에 조직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회원들이 실제로 현장에 나오는지. 2편에서 라이온스의 강점을 내가 설계하고 집행하고 확인하는 봉사라고 썼다. 그 확인이 이루어지는 계절이 겨울이다.

겨울 골목 계단에서 연탄 자루를 지고 나르는 라이온스 자원봉사자들
연탄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

봄, 다시 결산

그리고 봄이 오면 라이온스 회기는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다. 결산을 정리하고, 감사가 장부를 확인하고, 지구 연차대회에 대의원을 보내 다음 총재를 뽑는다. 동시에 클럽은 다음 회기 임원을 선출한다.

한 회기가 끝나기 전에 이미 다음 회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회기와 어긋나는 시간표도 하나 있다.

기부금영수증이나 세무 자료는 1월부터 12월까지의 역년을 기준으로 정리된다. 회기는 7월에 시작하는데 세금은 12월에 끊긴다.

그래서 클럽 재무는 달력 두 개를 동시에 본다. 회기로 예산을 짜고, 역년으로 영수증을 맞춘다.

라이온스 회기 시간표가 알려주는 것

라이온스를 밖에서 보면 행사와 직함만 보인다. 하지만 이 시간표를 따라와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봄에 사람을 정하고, 여름에 돈과 계획을 세우고, 가을과 겨울에 집행하고, 다시 봄에 숫자로 확인받는 사이클.

1년마다 사람이 바뀌면서도 100년 넘게 이 사이클이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이 조직의 실체에 가깝다.

라이온스 클럽 26-27 회기의 1년을 봄 임원 선출과 이취임, 여름 예산과 연수, 가을 월례회와 집행, 겨울 봉사 절정으로 나눈 원형 도표
회기 1년을 도는 원형 사이클

이 시간표는 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실용적인 정보이다.

만약 클럽에 들어가 무언가 해보고 싶다면, 계획이 짜이는 봄과 초여름에 문을 두드리는 편이 낫다. 그때가 새 회기의 봉사 계획에 자기 아이디어를 넣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3편에서 형식이 봉사를 가리지 않으려면 순서가 바로 서야 한다고 썼다. 라이온스 회기라는 시간표는 그 순서를 강제하는 장치다. 예산 없이 봉사는 없고, 결산 없이 다음 봉사도 없다.

다음 편에서는 그 돈의 이야기, 라이온스의 회비와 기부금이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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